20XX년 XX월 XX일 X요일은 생애 처음으로 SUV를 사서 인수한 날이었다. 그 동안 생각만 해오다 드디어 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은퇴하면 캠핑카를 사서 전국을 여행 다니려고 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실용성 측면에서 오히려 SUV가 캠핑카 보다 나아 보였다. 평소 장을 보러 마트에 가거나 지인 관혼상제에 간다고 했을 때 SUV를 타고 갈 수는 있어도 캠핑카를 타고는 가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과감히 SUV로 결정했다.
당초 캠핑카를 사면 우리나라 해안가를 따라 전국을 돌아볼 작정이었다. 느리게 느긋하게 바닷가를 따라 돌며 풍광도 구경하고 산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때론 무작정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세상과 별개인 나를 만끽해 보고 싶었다.
어느 해 늦가을 무렵 직장에서 출장일로 동해안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늦은 가을로 가는 동해 바다는 그야말로 맑은 파도의 고요함과 깨끗함이 어우러져 온 마음을 빼앗아 버리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도 늘 우리나라 해안가를 따라 여행하고 싶었는데 그 날의 동해 바다는 그 마음을 앞당기게 했고 조바심을 일으켰다.
그 동안 주말에는 가끔 새벽 일찍 차를 몰고 강릉으로 갔다. 경포 해변을 걸으며 바닷바람을 맞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왔다. 바닷가를 거닐다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여유로운 마음이 저절로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런 조바심과 SUV까지 갖춘 여건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과감히 어딜 간다는 것이 무척 망설여지고 한편 겁이 나기도 했다. “그냥 가볼까~? 아니야 그러다가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의 저울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근 한 달여 만에 길을 떠나기로 했다. 명분은 지방 시골 농협 하나로 마트에는 마스크가 좀 더 여유가 있을 거라는 참 깜찍한 생각이었다.
높은 운전석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야를 확 펼쳐준다. “와~ 이렇게 높아~. 참 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그 전에 미리 침낭과 창문에 달 모기장도 구입해둔 터라 이제 언제 어디서나 잘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서해 어느 항구에 도착하니 오전 11경이었다. 호젓한 바닷가를 마스크 쓴 멋진 모습으로 거닐었다. 서해 바다의 은은함은 부드럽고 감미롭다.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하게 뺨을 스치며 지나간다. 잔잔한 파도가 곱다.
일찍 출발하느라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근처 횟집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여기도 모든 가게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요즘 손님이 없어 그런지 더 애를 많이 쓰시는 듯하다.
어느가게로 들어갔다. 새조개와 주꾸미를 시켜 샤브샤브로 먹었다. 배가 너무 부르다~. 이내 졸리기 시작했다. 과감히 주차장에서 차 안에 침낭을 펴고 잠을 청했다~. 원시인의 삶이 이랬을 거야. 먹고 자고 놀고~! 그런데 왜 이렇게 라면이 먹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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