路遇思緣(길에서 만난 생각)

첫 차박 어려움

행복 세상 2025. 7. 10. 07:42

주말을 앞둔 느긋한 금요일 밤! 일찍 퇴근 후 가벼운 운동을 끝내고 샤워까지 마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고 마음마저 홀가분했다. 벌써 밤 10시가 넘었지만 엉겁결에 첫 번째 차박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깜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번 떠나보는 거야~. 이왕 가는 거 먼 곳까지 가보자!' 호기롭게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밤에 배가 고프면 안되니까 샌드위치도 몇 개 사고 물도 한 통 담고 냉장고에 있는 캔 맥주도 넣고. 밤에 출발하는 거니까 현지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해돋이를 보면 좋을 것 같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으로 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마음 먹은지 오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해 모래시계공원에 사람들이 없으면 좀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지. 시내 가까운 곳에 가서 자고 오자~. 그럼 근처 호텔이나 한강시민공원으로 가볼까?' 생각이 점점 오그라들었다. 그렇지만 시내로 가는 건 첫 차박의 감동이 약할 것 같았다.
 
결국 어느 정도 떨어진 수도권 리조트에 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리조트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면 안전하고 급한 경우 시설 활용도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적 사고~! 넘 멋지지 않은가~!
 
자 이제 출발! 목적지를 입력하니 약 50여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딱 좋아~. 처음에는 이 정도로 가는 게 좋지~.'라며 여러모로 합리적인 목적지를 찾아낸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심야 시간대라 그런지 도로는 무척 한적했다. 평소 같으면 한산한 도로를 1차로에서 주로 달렸겠지만 안전을 생각해 2차로 중심으로 얌전하게 운전을 했다. 무엇보다 차박 목적지까지 잘 가는 게 우선이다. 
 

 
 
드디어 시골길을 찾아 찾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리조트 현관 입구 주차장에는 꽤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이제 마음이 놓였다. '오늘 밤은 포근하고 안전하게 잘 수 있겠다~.' 주위의 조명 밝기와 주차장의 경사를 고려해 나름 알맞은 곳에 SUV를 주차했다.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SUV에서 내려 리조트 건물 안으로 들어가 손도 깨끗이 씻고 자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SUV 평탄화 작업을 마치고 침낭을 펴고 베개를 놓고 머리맡에 마실 물과 샌드위치를 두고 나니 준비해 간 것은 거의 모두 배치되었다. 드디어 침낭 안으로 들어 갔다. 침낭 안이 참 포근했다. 나 자신에게 '잘 자.'라 인사를 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도중에 잠을 몇 번 깨게 되었다. 침낭 밖 공기가 꽤 차가웠다. 침낭도 초봄 밤공기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예상 못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요즘 낮에는 꽤 따뜻해 밤에도 그렇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덮을 담요라도 몇 개 더 갖고 왔을 텐데 지금은 그냥 버텨야 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3시간  조금 더 잔 것 같다. 그러다가 속으로 나름의 합리적인 생각이 떠 올랐다. '너무 춥다. 이 정도면 차박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겠지~?' 참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냥 돌아가자니 너무 아깝고 이대로 버티자니 난감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아침에 해 뜨는 것도 보고 옆 골프장 푸른 잔디도 밟아 볼 수 있는데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냥 참아 보기로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은 들지 않고 새벽이 다가올수록 SUV 안으로 들어오는 한기가 더욱 춥게 느껴졌다. 첫 차박이 너무 아쉽게 끝나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러다가 독감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은 이렇게 서툴게 시작하는 거야~. 다음 번엔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오면 돼지. 이만 돌아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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